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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군론

군론 (5) - 준동형 사상과 동형 사상

수학에서는 특정 공간의 구조를 보존하는 사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선형대수학에서는 벡터 공간의 성질을 보존하는 선형 변환에 대해서 다루죠. 이를 추상화한 것이 바로 준동형 사상입니다.

 

준동형 사상 (Homomorphism)

 

정의. $G$(연산: $\cdot$)와 $H$(연산: $\circ$)가 군이라고 하자. 모든 $g_1, g_2 \in G$에 대해, $\varphi(g_1 \cdot g_2) = \varphi (g_1) \circ \varphi (g_2)$를 만족하는 함수 $\varphi : G \rightarrow H$를 준동형 사상(Homomorphis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log$는 군 $(\mathbb{R}^+, \times)$에서 군 $(\mathbb{R}, +)$로 가는 준동형 사상입니다(여기서 $\mathbb{R}^+$는 양의 실수의 집합입니다). 왜냐하면 $\log(a \times b) = \log(a) + \log(b)$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준동형 사상의 또다른 예로는 $\det$가 있습니다. 모든 $n \times n$ 정사각행렬의 집합을 $M$이라고 하면, $\det$은 $(M, \times)$에서 $(\mathbb{R}, \cdot)$으로 가는 준동형 사상이죠(여기서 $\times$는 행렬곱으로 따로 정의하겠습니다). 왜냐하면 $\det(A \times B) = \det(A) \cdot \det(B)$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함수가 수에서 수로 건너가는 사상이라면, 준동형 사상은 군에서 군으로 건너가는 사상이 됩니다.

 

준동형 사상의 성질

 

준동형 사상의 몇 가지 성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리1. 군 $G$의 항등원이 $e_G$이고, 군 $H$의 항등원이 $e_H$라면, 준동형 사상 $\varphi : G \rightarrow H$에 대해 $\varphi (e_G) = e_H$이다.

 

증명은 간단합니다. $e_G$가 항등원이므로, 임의의 $g \in G$에 대해, $\varphi (g) = \varphi (e_G g) = \varphi (e_G) \varphi (g)$입니다. 가장 왼쪽 변과 가장 오른쪽 변을 비교하면 $\varphi (e_G)$가 항등원인 $e_H$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2. 준동형 사상 $\varphi : G \rightarrow H$에 대해 $\varphi (g) = h$라면, $\varphi (g^{-1}) = h^{-1}$이다.

 

정리1을 사용하면 간단합니다. 먼저 $\varphi(e_G) = \varphi (g g^{-1}) = \varphi(g) \varphi(g^{-1}) = h \varphi(g^{-1})$입니다. 그런데 정리1에 의해 $\varphi(e_G) = e_H$ 입니다. 따라서, $\varphi(g^{-1}) = h^{-1}$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3. 준동형 사상 $\varphi : G \rightarrow H$에 대해, $g$의 차수가 존재한다면, $\varphi (g)$의 차수는 $g$의 차수의 약수이다.

 

$g$의 차수가 $k$이고 $\varphi (g)$의 차수가 $l$이라고 합시다. 즉, $k$는 $g^k = e_G$가 되는 가장 작은 수이고 $\varphi (g)$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준동형 사상을 씌우면, $\varphi (g^k) = \varphi(g) \varphi(g) \cdots \varphi(g) = \varphi(g)^k = e_H$입니다. 따라서 $\varphi(g)^k = e_H$가 되는 것은 맞으나, 이 $k$가 최소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차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l$의 배수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은 $k$의 약수입니다.

 

순환군의 준동형 사상

 

그럼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문제1.  $\varphi : Z_4 \rightarrow Z_{10}$의 준동형 사상을 모두 찾으시오.

 

이 문제를 푸는 핵심은, $\varphi (1)$의 값만 알아내면 임의의 $k$에 대해, $\varphi (k) = \varphi(1 + 1+ \cdots +1) = k\varphi(1)$로 결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varphi(1)$만 적절히 정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정리1에 의해, $\varphi(1) + \varphi(1) + \varphi(1) + \varphi(1) = \varphi(1+1+1+1) = \varphi(0) = 0$이 되어야 하므로, $\varphi(1)$로 가능한 값은 $0$ 또는 $5$ 입니다. $\varphi(1) = 0$인 경우, 준동형 사상은 $\varphi (g) = e_H = 0$인 항등사상입니다. 이렇게 군 $G$의 모든 원소를 $H$의 항등원으로 대응시키는 준동형 사상을 자명한 사상(Trivial Homomorphism)이라고 합니다. 한편, $\varphi(1) = 5$인 경우 $\varphi(g) = 5g \mod 10$입니다.

 

문제2. $\varphi : Z_{99} \rightarrow Z_{100}$의 준동형 사상을 모두 찾으시오.

 

이전과 똑같이 $99 \varphi(1) = 0$이 되는 $\varphi$를 찾으면 됩니다. 그런데 99와 100이 서로소이므로, 이를 만족시키는 $Z_{100}$의 원소는 $0$밖에 없습니다. 즉 가능한 준동형 사상은 자명한 사상 이외에는 없습니다.

 

문제3. $\varphi : Z_{99} \rightarrow Z_{99}$의 준동형 사상의 개수를 구하시오.

 

이번에는 $\varphi(1)$이 무슨 값이든 $99 \varphi(1) = 0$이기 때문에 99가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취할 수 있습니다.

 

동형 사상 (Isomorphism)

 

아까 전에 제가 준동형 사상의 예시로 $\log$와 $\det$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log$와 $\det$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바로 $\log$는 일대일 대응 함수인 반면, $\det$는 그렇지 않습니다. 준동형 사상이면서 일대일 대응인 사상을 동형 사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정의. 준동형 사상 $\varphi : G \rightarrow H$에 대해, 임의의 $g_1, g_2 \in G$에 대해 $g_1 \neq g_2$이면 $\varphi (g_1) \neq \varphi(g_2)$이라면 $\varphi: G \rightarrow H$는 동형 사상이다.

 

그리고 동형인 사상이 존재하는 두 개의 군을 동형인 군(Isomorphic Group)이라고 합니다. 동형인 2개의 군은 일대일 매칭이 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일한 군입니다. 마치 {한국, 중국, 일본}과 {Korea, China, Japan}이 원소의 이름만 다르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묶음인 것처럼, 동형인 두 개의 군은 각 군의 원소의 이름만 다를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군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원소가 2개인 군은 동형입니다. 연필과 종이로 조금 놀다보면 원소가 2개인 군의 항등원을 $e$라고 하고, 나머지 하나의 원소를 $a$라고 하면 군의 모든 공리를 만족시키는 구조는 다음과 같이 결정될 수 밖에 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원소가 2개인 군은 동형입니다. 이들은 $(\lbrace -1, 1 \rbrace, \times)$, $(\lbrace 0, 1 \rbrace + \mod 2)$등 다양한 이름과 연산으로 정의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 군들의 구조는 위의 표와 같습니다. 여기서 $a$의 역원은 $a$ 자신입니다. 덧붙이자면, 차수가 2인 군은 모든 군 중에서 가장 원소가 적은 군입니다(공집합인 군은 항등원이 없으므로 군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습니다).

 

또다른 예를 들어 순환군 $Z_{10}$은 십각형의 회전대칭으로 이루어진 군과 동형입니다. 정이면체군 $D_3$는 대칭군 $S_3$와 동형입니다. 한번 직접 표를 그려 확인해보세요.

 

자기 동형 사상 (Automorphism)

 

정의. 동형 사상 $\varphi : G \rightarrow G$를 자기 동형 사상(Automorphism)이라고 정의한다.

 

즉, 정의역 군과 치역 군이 같은 동형 사상을 자기 동형 사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G = (\mathbb{C}, +)$에 대해, $\varphi (z) : G \rightarrow G= \bar{z}$, 즉 주어진 복소수의 켤레를 취하는 사상은 일대일 대응이므로 동형 사상이면서, 정의역과 치역이 $\mathbb{C}$로 동일하므로, 자기 동형 사상입니다.

 

자기 동형 사상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리. 군 $G$의 모든 자기 동형 사상의 집합은 합성함수 연산 아래에서 군을 이룬다.

 

이렇게 자기 동형 사상으로 이루어진 군을 $\text{Aut}(G)$로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 $Z_8$의 자기 동형 사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varphi Z_8 \rightarrow Z_8$를 구하기 위해, 위의 [순환군과 준동형 사상]에서 했듯이 $8 \varphi (1) = 0$이 되는 $\varphi(1)$을 구해야 합니다. $\varphi(1)$은 0부터 7까지 모든 수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varphi(1)$이 8과 공통 인수를 공유한다면(0, 2, 4, 6) $\varphi$는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varphi(1) = 2$였다면, $\varphi(5) = 5 \varphi(1) = 2$이므로 일대일 대응이 아닙니다.

 

따라서 $\varphi(1)$은 8과 서로소인 1, 3, 5, 7만 가능하며, 이로부터 $\text{Aut}(Z_8)$의 차수(원소의 개수)는 4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자기 동형 사상은, $f(n) = na$에서 $a = 1, 3, 5, 7$인 경우입니다. 자기 동형 사상 $f(n) = na$와 $g(n) = nb$을 합성하면 $ (g \circ f)(n) = nab$가 됩니다. 즉, $\text{Aut}(Z_8)$은 8 이하의 서로소인 수들의 모듈러 곱셈 군과 동형인 군입니다. 이러한 군을 기약잉여류군(Reduced Residue Group)이라고 하며, $Z_8^*$ 또는 $(Z/8Z)^{\times}$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Z/8Z)^{\times}$의 특징은, 각 원소의 제곱이 항등원 1이라는 점입니다. 즉, 모든 원소의 차수가 2입니다. 즉 $(Z/8Z)^{\times}$은, 모든 원소의 차수가 2인 차수 4의 군인데, 이 군은 다시 $Z_2 \times Z_2$와 동형인 군입니다. 여기서 $\times$는 데카르트 곱(Cartesian Product)으로, 군론(3) 에서 얘기했지만 다시 한번 복습하자면, 일례로 $\lbrace 1, 2 \rbrace \times \lbrace a, b, c \rbrace = \lbrace (1, a), (1, b), (1, c), (2, a), (2, b), (2, c) \rbrace$입니다.

 

휴, 마지막 내용이 좀 어렵죠? 자기 동형 사상은 저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알려고 하지 말고, 아 그런 내용이 있나보다 정도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수학을 조금 더 경험하고 다시 돌아오면 그만큼 조금 더 많이 이해될거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모든 내용이 다 와닿을 것입니다 :)

 

다음 글에서는 아벨군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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