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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해석학

실수의 완비성, 상계와 하계, 상한과 하한

 

해석학 시리즈 목차

해석학 시리즈 1. 실수의 완비성, 상계와 하계, 상한과 하한  1-1. 아르키메데스 원리와 유리수의 조밀성의 증명  1-2. 단조 수렴 정리의 증명 2. 거리 공간 3. 열린 공, 근방, 내부점, 경계점 4. 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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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은 많은 수학도들에게 있어 처음으로 높디 높은 수학의 벽을 보여주는 학문입니다. 

해석학에는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한 아이디어와 증명이 많아 처음부터 쉽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엄밀하고 수준높은 수학으로 다가가기 위한 필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석학을 공부하다 보면 미적분학의 다양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또 마음껏 확장해 보면서,

훨씬 더 자유롭고 유연한 수학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우리의 해석학 여정은 실수의 완비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해석학 시리즈는 기초 미적분(엡실론-델타 논법 포함) 및 기초 선형대수에 대한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해석학과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며,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제 글로 공부하기보다는 참고용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류가 있을 경우 댓글로 부디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실수의 완비성

우리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를 정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페아노 공리계를 이용해서 자연수와 덧셈을 정의한 뒤, 이 두 가지를 이용해서 곱셈과 정수, 유리수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수입니다. 실수는 유리수와는 달리 항상 자연수의 두 비로는 나타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소수점 아래로 아무 규칙 없는 수들이 무한히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을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실수를 정의하는 것은 일단 접어두고(실수의 정의에 대한 얘기는 추후 게시글에 다시 등장합니다), 대신 실수의 중요한 특징부터 파악해 보도록 합시다. 유리수에는 없는, 실수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실수의 가장 중요한, 실수만의 특징은, 실수는 수직선을 완전히 채운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수직선 위에 주어진 모든 선분의 양 끝점이 실수라는 뜻입니다.

이 성질이야말로 실수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성질을 완비성이라고 합니다. 완비성의 엄밀한 정의는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아래와 같이 직관적으로 알아 놓아도 좋을 거 같습니다.

 

완비성(심플한 버전). 집합 $S$의 임의의 구간(선분)의 양 끝 점이 $S$에 속할 때, $S$는 완비성을 가진다고 한다.

 

집합론에서는 완비성을 실수의 핵심적인 성질이라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실수를 정의합니다.

 

실수의 정의. 실수는 완비성과 순서성을 가진 체이다.

 

여기서 완비성은 우리가 아는 단어고, 순서성과 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매우 후려쳐서 말하면, 순서성은 부등호가 잘 정의되는 집합을 말하고, 체는 사칙연산이 잘 정의되는 집합을 말합니다. 즉, 실수란, 완비성을 가지며, $>, <, +, -, \times, \div$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집합입니다(0으로 나누기를 제외). 그리고 이런 집합은 오직 실수 밖에 없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실수의 완비성은, 집합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공리(axiom)입니다. 공리란, 증명될 수 있는 명제가 아닌, 그 개념을 정의하는 명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해석학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나중에 우리는 코시 수열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실수를 정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의로부터 실수의 완비성을 유도할 것입니다. 때문에 해석학적인 측면에서 실수의 완비성은 성질(property)입니다.

 

상계와 하계, 상한과 하한

실수의 완비성을 엄밀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상계와 하계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상계(upper bound): 집합 $U$의 부분집합 $S$에 대해, $u \in U$가 $S$의 모든 원소보다 크거나 같을 때, $u$를 $S$의 상계라고 한다.

하계(lower bound): 집합 $U$의 부분집합 $S$에 대해, $l \in U$가 $S$의 모든 원소보다 작거나 같을 때, $l$을 $S$의 하계라고 한다.

 

집합 $U$를 실수라고 하고, 몇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4$는 $S = \lbrace 1, 2, 3 \rbrace$의 모든 원소보다 크므로, $4$는 $S$의 상계입니다. $S$의 상계는 $4$뿐만이 아닙니다. $3, \pi, 100$ 등 수많은 수들이 $S$의 상계입니다. 한편 $S$의 하계는 $1, 0, -100$등이 있습니다.

 

상계와 하계는 위와 같이 무수히 많지만, 상계 중에서 가장 작은 최소 상계와, 하계 중에서 가장 큰 최대 하계는 유일합니다. $S = \lbrace 1, 2, 3 \rbrace$의 경우 최소 상계는 $3$, 최대 하계는 $1$입니다. 최소 상계는 다른 말로 상한, 최대 하한은 하한이라고 부릅니다.

 

상한(supremum): $S$의 상계 중 가장 작은 수를 $S$의 상한이라고 하며, $\sup S$라고 표기한다.

하한(infimum): $S$의 하계 중 가장 큰 수를 $S$의 하한이라고 하며, $\inf S$라고 표기한다.

 

주의할 점은, 상한과 하한은 집합의 최댓값과 최솟값과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에 상한과 하한을 배울 때 $\mathrm{max} S = \sup S$, $\mathrm{min} S = \inf S$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S$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S$의 원소여야 합니다. 하지만 $S$의 상한과 하한은 $S$의 원소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집합을 봅시다.

 

\[ S =\left\lbrace \frac{1}{n} \biggr\rvert n \in \mathbb{N} \right\rbrace \]

 

이 집합의 상한은 1이며, 이 값은 $S$의 최댓값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한의 경우는 다릅니다. 먼저 $\inf S = 0$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inf S$가 $0$보다 조금이라도 크다면, 충분히 큰 $n$에 대해 $1/n < \inf S$일 것이므로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inf S = 0$이라는 사실은 완비성을 이용해 엄밀하게 증명할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 있습니다. 하지만 $n$은 자연수이기 때문에, $1/n$은 0 이하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S$의 모든 집합은 $0$보다 조금이라도 큰 수보다 작아질 수 있지만 $0$보다 작아질 수는 없으니, 0은 $S$의 하한이 됩니다. 그러나 $0$은 $S$의 원소가 아니기 때문에, $0$은 $S$의 최솟값이 아닙니다. $S$의 원소는 $n$이 커질수록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S$의 최솟값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위의 경우 $0$은 $S$의 원소가 아니지만, $S$의 하한입니다. 이렇게 상한과 하한은 $S$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이런 경우야말로 해석학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다른 예시로 열린 집합의 상한과 하한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0, 1)$의 상한과 하한은 각각 1과 0이지만, 정작 1과 0은 $(0, 1)$의 원소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용어를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상계가 존재하는 집합을 위로 유계인 집합이라고 하고, 하계가 존재하는 집합을 아래로 유계인 집합이라고 하며, 상계와 하계가 모두 존재하는 집합을 유계인 집합이라고 합니다. (상계와 상한, 하계와 하한을 잘 구별해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실수의 완비성의 엄밀한 기술

상계와 상한의 개념을 이용하면 실수의 완비성을 아래와 같이 기술할 수 있습니다.

 

실수의 완비성. $S$가 공집합이 아닌 실수 집합의 부분집합이라고 하자. $S$가 위로 유계라면(상계를 가진다면), $\sup S \in \mathbb{R}$이다.

 

이 버전의 실수의 완비성은 우리가 아까 전에 했던 말과 본질적으로는 같으나, 조금 더 다양한 케이스를 커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의 심플한 버전의 완비성에서는 수직선 위에 선분만 긋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버전에서는 그 선분이 끊어져 있을 수도 있고, 점들의 모임일 수도 있습니다. 엄밀한 버전의 실수의 완비성은 아래와 같은 상황도 커버치는 것이죠.

실수의 완비성의 응용

실수의 완비성은 매우 간단한 성질이지만, 이 성질로부터 '수많은'이라는 형용사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정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의 정리는 모두 실수의 완비성으로부터 유도됩니다.

  • 아르키메데스 원리: 임의의 $r \in \mathbb{R}$에 대해, $r$보다 큰 자연수가 존재한다.
  • $S = \lbrace 1/n | n \in \mathbb{N} \rbrace$의 하한은 0이다.
  • 유리수의 조밀성: 임의의 두 실수 사이에는 유리수가 존재한다.
  • Characterization Theorem: $S$가 적어도 두 점을 포함하며, 임의의 $x, y (x< y)$에 대해 $[x, y] \subset S$일 때, $S$는 구간이다. (즉, $S = [a, b], (a, b], (a, b)$ 따위의 꼴이다)
  • 축소 구간 정리: $I_n = (a_n, b_n)$에 대해 $\forall n \; I_{n+1} \subset I_n$일 때, 모든 $n$에 대해 $\zeta \in I_n$을 만족하는 실수 $\zeta$가 존재한다.
  • 엡실론 델타 논법: 실수 집합에서 극한을 정의할 수 있다.
  • 극한의 유일성
  • 단조 수렴 정리: 위로 유계인 증가수열은 수렴한다.

사실 실수의 완비성이 극한을 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실수의 완비성으로부터 해석학이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수의 완비성의 응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다음 글에서는 이들 정리 중 몇 개의 증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리의 증명보다는 해석학의 더 다양한 개념을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2. 거리 공간 으로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

 

 

해석학 시리즈 목차

해석학 시리즈 1. 실수의 완비성, 상계와 하계, 상한과 하한  1-1. 아르키메데스 원리와 유리수의 조밀성의 증명  1-2. 단조 수렴 정리의 증명 2. 거리 공간 3. 열린 공, 근방, 내부점, 경계점 4. 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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