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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페아노 공리계 - 1+1=2 증명하기

 

수학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한번쯤은 읽어보셨을 법한 책 <수학 귀신>

이 책의 뒷부분에 "이게 1+1=2의 증명이야! 뙇!" 하면서 이런 증명이 나오는데요

이로 인해 '1+1=2'를 증명하는것이 더럽게 어렵다'는 소문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쫙 퍼지게 되었죠.

 

근데 사실은, 저 위의 증명은 1+1=2를 증명하기 위한 증명이 아닌,

기호 논리학에 대해 연구하다가 번외적으로 나온 증명입니다.

즉 위 증명은 목적이 1+1=2의 증명이 아닌 논리기호학의 정의에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복잡하고 많이 돌아간 증명입니다.

 

그니까 사실 1+1=2의 증명은 위 사진처럼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한번 '(나름)쉬운' 1+1=2 증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1=2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요?

일단 증명의 필요성을 알고 증명을 해야겠죠?

'1+1=2'을 증명하라고 하면 좀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너무 당연한 걸 왜 증명하지? 하는 의문이 들죠.

그러면서 우물쭈물하며 '돌맹이 하나하고 돌맹이 하나를 갖다놔. 그럼 돌맹이 2개가 돼!' 하면서 증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증명은 수학적으로 봤을 때 허점 투성이입니다.

 

먼저 돌맹이란 개념. 

돌맹이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자갈도 돌맹이인가요? 모래알갱이도 돌맹이인가요?

또 모든 돌맹이에 대해 돌맹이 하나와 하나 더 갖다 놓으면 2개라는 것을 엄밀하게 보일 수 있나요?

그리고 이 증명은 '돌맹이'라는 특수한 경우에 대해 보인 것이지 모든 개념에 대해서 보인 일반적인 증명이 아니죠.

 

그런가 하면 '갖다 놓는다'라는 개념.

'갖다 놓는다'라는 행위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과연 '갖다 놓는다'가 모든 경우에 대해 '+'와 의미가 같을까요?

 

또 '한개'와 '두개'라는 개념.

돌맹이 한개의 구체적인 정의는 무엇이죠? 금 간 돌맹이도 돌맹이 한개일까요? 

 

이렇게 1+1=2 라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수학적 언어만을 이용해 증명하려고 하면 뜻처럼 되지 않습니다. 

 

1+1=2의 증명이 되게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서 시작해야 될 지 몰라서 그런 겁니다.

왜 어디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냐 하면, 자연수 1과 2, 그리고 덧셈 기호가 엄밀히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식을 한번 봅시다.

 

\[ (a+b)^2 = a^2+2ab+b^2 \]

 

위 식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것은 바로 '제곱'이라는 개념 자체가 (비교적)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정의대로 계산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1+1=2 의 증명도 비슷한 뤼앙스를 따라갑니다. 

사실 덧셈과 자연수의 개념만 확실히 정의한다면, 1+1=2 증명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자연수 1, 2 그리고 +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바로 페아노 공리계를 써서 증명합니다.

 

 

페아노 공리계

페아노 공리계는 자연수를 정의하는 공리입니다.

공리란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하기에 증명을 할 수 없는 정리입니다.

즉 다음 다섯 가지 사실은 증명 없이 받아들이기로 하며, 이 다섯 가지 공리를 만족하는 집합을 자연수로 정의합니다.

 

1) \(1\)은 자연수이다.

2) \(n\)이 자연수일 때, \(n\)의 계승자 \(n'\)도 자연수이다.

3) \(n'=1\) 인 자연수 \(n\)은 없다.

4) \(m'=n'\) 이면 \(m=n\) 이다.

5) \(P(1)\)이 참이고 모든 자연수 \(k\)에 대해 \(P(k)\)가 참일 때 \(P(k')\)이 참이면 \(P\)는 모든 자연수에 대해 참이다.

 

네. 여간 그랬듯이 뭔말인지 당췌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1번 공리부터 5번 공리까지 차근차근 보도록 하죠.

 

 

1) \(1\)은 자연수이다.

 

일단 "1은 무조건 자연수야!" 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즉 1이 자연수의 스타트를 끊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숫자 '1'이 자연수라는 것은 증명없이 그냥 accept 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페아노 공리계의 1번 공리만을 보면 1이 첫번째 자연수임을 알 수 없습니다.

1이 자연수라고만 정의했지 1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하나도 기술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는 아라비아/인도 숫자를 처음 보는 사람이 1을 보고는 '이게 뭔 수여' 하고 갸우뚱거리는거와 비슷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3번 공리를 통해 1이 첫번째 자연수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1번 공리를 통해, 우리는 1이 자연수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외로워 보이네요ㅜ (저 \(\mathbb{N}\)은 자연수 전체 집합을 의미하는 기호입니다)

자연수를 더 추가해 줍시다.

 

 

2) \(n\)이 자연수일 때, \(n\)의 계승자 \(n'\)은 자연수이다.

 

여기서 여러분은 아마 \(n'\)가 된통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실 겁니다. 사실 그게 정상입니다.

\(n'\) 이 뭔지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 역시 나중 공리들을 통해 엄밀하게 정의될 거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그래도 일단 \(n\)이 자연수일 때 \(n'\)도 자연수라는 점은 압니다. 

따라서 \(1\)이 자연수이므로 \(1'\)도 자연수이고, \(1'\)이 자연수이므로 \(1^{(2)}\)도 자연수이고, 이런 식으로 쭉쭉 나갈 수 있습니다.

cf. $1^{(2)}$는 1 뒤에 ' 가 2개 붙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1^{(2)}$ = 1''입니다.

티스토리 코드 업데이트 때문에 1''을 수식으로 적으면 에러가 나서 이렇게 표기하겠습니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집합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자연수 집합입니다. 

1부터 시작해서 쭉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집합이죠.

하지만 문제는, 1, 2번 공리만으로는 이 그림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 2번 공리만으로는 \(1^{(2)} \neq 1^{(6)}\)이라고 해서 \(1^{(3)} \neq 1^{(7)}\) 이라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다음과 같은 순환구조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 1

 

 

이는 우리가 원하는 자연수 집합이 아니죠.

그런가 하면 다음과 같이 두 줄이 합쳐져 버리는 집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 2

 

 

이 역시 우리가 원하는 자연수 집합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1도 어떤 수의 계승자일 수도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구조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3

 

 

자연수 집합은 1에서 시작하므로 이 역시 우리가 원하는 집합이 아니죠.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어느 수의 계승자도 아닌 생뚱맞은 \(b\)가 집합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계승자가 집합에 포함된다고 해서 모든 집합의 원소가 계승자인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4

 

 

즉, 우리가 원하는 자연수 집합은 단 하나이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나머지 자연수 집합은 탈락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탈락시킬 수 있을까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심사위원들은 갖가지 심사기준을 갖다 대며 지원자들을 한명씩 탈락시키죠.

마찬가지로 우리도 갖가지 '공리'라는 심사기준을 갖다 대며 자연수 집합들을 '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연수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자연수 집합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나머지 3개의 공리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n'=1\)인 자연수 \(n\)은 없다.

 

이 공리로부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자연수 집합 3'을 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4) \(m'=n'\) 이면 \(m=n\) 이다.

 

이 공리의 대우명제는 \(m \neq n\) 이면 \(m' \neq n'\) 이다 입니다.

따라서 이 공리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 1, 2가 탈락됩니다.

 

 

 

 

 

5) \(P(1)\)이 참이고 모든 자연수 \(k\)에 대해 \(P(k)\)가 참일 때 \(P(k')\)이 참이면 \(P\)는 모든 자연수에 대해 참이다.

 

3, 4번 공리는 이해하기 쉬웠는데 5번 공리는 좀 어렵게 다가옵니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P\)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뭐 예를 들어서 "짝수", "5보다 크다", "두자리 수다" 등의 조건이죠.

만약에 조건 \(P\)가 "짝수이다" 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P(2)\)는 참이지만 \(P(3)\)은 거짓입니다.

왜냐하면 2는 짝수지만 3은 홀수니까요. (쉽죠?)

 

5번 공리에서는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조건 \(P\)가 있다고 할 때 \(P\)가

 

i) \(P(1)\)이 참이다

ii) 임의의 자연수 \(k\)에 대해서 \(P(k)\)가 참이면 \(P(k')\)도 참이다

 

위 두 조건이 만족될 때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P(n)\)이 참이라는 공리입니다.

일종의 수학적 귀납법이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 4'에서는 어느 숫자의 계승자도 아닌 \(b\)가 자연수 집합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5번 공리에서 \(P(b)\)는 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5번 공리를 만족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집합 4'도 탈락됩니다.

 

 

 

  

 

따라서 위의 5개의 공리를 모두 만족하는 자연수 집합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원소들 이름이 1', 1'', 1''', ... 이라니 무슨 죄수번호도 아니고 너무 성의없어 보이네요.

이 집합의 원소들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이름을 붙여줍시다.

 

1' = 2

1'' = 3

1''' = 4

1'''' = 5

1'''''=6

...

 

따라서 5개의 공리와 적절한 이름 붙이기를 통해 드디어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자연수 집합이 정의됩니다.

 

 

 

 

 

덧셈의 정의

어렵사리 1과 2를 페아노 공리계로 정의했습니다. 이제 \(+\)를 정의해 봅시다.

\(+\)의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 두가지 성질을 만족시키는 연산을 \(+\)로 정의하죠.

 

1) 모든 자연수 \(n\)에 대하여 \(n+1=n'\) 이다.

2) 모든 자연수 \(n, m\)에 대하여 \(n+m'=(n+m)'\) 이다.

 

생각보다 엄청 간단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 두 성질만 있으면 자연수의 덧셈은 모두 정의가 가능합니다.

 

 

1+1=2의 증명

그래서 1도 정의하고 2도 정의하고 +도 정의했겠다, 한번 1+1=2를 증명해 보도록 합시다.

 

먼저 덧셈의 정의에 의해 \(1+1=1'\)과 같습니다.

그런데 페아노 공리계를 통해 \(1'=2\)로 정의했습니다.

따라서 \(1+1=1'=2\) 이므로 \(1+1=2\)가 성립합니다.

 

...뭔가 정말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죠?

 

그러면 좀 더 어렵게 \(2+3=5\)를 증명해 봅시다.

먼저 페아노 공리에 의해 \(2+3=1'+1^{(2)}\) 입니다.

그리고 덧셈의 두번째 정의에 의해 \(1'+1^{(2)}=(1'+1')'=((1'+1)')'\) 이고요,

덧셈의 첫번째 정의에 의해 \(((1'+1)')'=((1^{(2)})')'=1^{(4)}\) 입니다.

마지막으로 페아노 공리에 의해 \(1^{(4)}=5\)로 정의하므로, \(2+3=5\)임이 보여집니다!

 

 

이렇게 자연수의 정의와 덧셈의 정의로 \(1+1=2\) 및 \(2+3=5\)의 증명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상 Dimen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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