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수론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합동식에 대해 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보통 합동 하면, 도형의 합동을 생각하는데요, 정수론에서도 합동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먼저, 도형의 합동을 다시 한변 살펴보고, 정수론의 합동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기하학에서의 합동
기하학에서 합동이란, 두 도형의 모양과 크기가 같음을 나타내는 관계입니다. 때문에 합동인 두 도형은 _정확히 똑같다_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도형이 정확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을 볼까요?
이 두 도형은 합동입니다. 모양과 크기가 모두 같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두 도형의 위치와 회전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뭐 사소한 것 가지고 그러겠냐고 그럴 수 있지만 사실 이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좌표평면에서 위치가 다른 두 점은 아예 다른 두 점입니다. 우리는 두 도형의 위치와 회전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음에도 두 도형의 크기와 모양이 같다는 점을 바탕으로 두 도형을 대략적으로 동일시합니다. 즉, 합동은 다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개의 다른 대상을 공통점을 바탕으로 대략적으로 동일시하는 것
정수론에서의 합동
그러면 정수론의 합동은 어떤 느낌일까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A: 내일 비행기 몇 시에 출발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줄래?
B: 13시에 출발한다고 되어있어.
A: 아 1시에 출발하는 거 맞구나.
여기서 두 수의 대략적인 동일시가 보이시나요? 1과 13은 다른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두 시각은 동일시되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시계는 12시 단위이기 때문에 12로 나눈 나머지만을 말해도 소통이 가능하죠.
정수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수 $a, b$ 를 정수 $m$ 으로 나눈 나머지가 같을 때, $a$ 와 $b$ 는 법 $m$에 대해 합동이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표기합니다.
$$
a \equiv b \mod m
$$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
13 \equiv 1 \mod 12
$$
주의할 것은, 합동식에서는 정수만 다룬다는 점입니다. 예컨데 0.3을 12로 나눈 나머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합동식의 성질
합동식도 등식과 마찬가지로 양변에 수를 더하고 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a \equiv b \mod m$이고, $c$가 정수일 때, 다음 성질이 성립합니다.
$$
\begin{align}
a\pm c &\equiv b\pm c &\mod m \\
ac &\equiv bc &\mod m
\end{align}
$$
그런데 합동식에서 양변을 나누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15 \equiv 27 \mod 12$$
양변을 3으로 나누면 $5 \equiv 9 \mod 12$라는 엉뚱한 결과를 얻습니다. 따라서 합동식에서 양변을 함부로 나누면 안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나눠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서 합동식 $24 \equiv 66 \mod 7$은 양변을 2로 나눠도 되고, 3으로 나눠도 되고, 6으로 나눠도 됩니다.
$$\begin{align}
24 &\equiv 66 \mod 7 \\
12 &\equiv 33 \mod 7 \\
8 &\equiv 22 \mod 7 \\
4 &\equiv 11 \mod 7
\end{align}$$
따라서 자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깁니다.
언제 합동식의 양변을 나누는 것이 괜찮은가?
이 질문에 대해서 여러분도 한 번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질문의 탐구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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