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원리와 유리수의 조밀성의 증명
저번에 실수의 완비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실수의 완비성. $S$가 공집합이 아닌 실수 집합의 부분집합이라고 하자.$S$ 가 위로 유계라면(상계를 가진다면), $\sup S \in \mathbb{R}$이다.
실수의 완비성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성질로부터 무수히 많은 정리가 따라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정리의 일부인 아르키메데스 원리와
유리수의 실수 위에서의 조밀성(즉, 두 실수 사이에는 항상 유리수가 존재함)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원리
아르키메데스 원리. 임의의 실수 $x$보다 큰 자연수 $n$이 존재한다.
증명.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논리기호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forall x \in \mathbb{R} \; \; \exists n \in \mathbb{N} \quad s.t. \quad x \leq n \]
위 명제의 부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exists x \in \mathbb{R} \; \; \forall n \in \mathbb{N} \quad s.t. \quad x > n \]
귀류법을 사용하여 위의 명제는 모순을 낳는다는 것을 보이겠습니다.
만약 위의 명제가 참이라면, $x$는 $\mathbb{N}$의 상계가 됩니다.
실수의 완비성에 의해 상계를 가지는 실수의 부분집합의 상한은 실수입니다.
이 상한을 $\mu = \sup \mathbb{N}$이라고 합시다.
$\mu - 1 < \sup \mathbb{N}$ 이므로, $\mu - 1$은 상계가 아닙니다.
상계가 아니라는 것은 곧, $\mu - 1 < m$ 인 자연수 $m$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mu < m + 1$ 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m$이 자연수라면 $m+1$도 자연수이므로(이유는 페아노 공리계 포스트 참조),
이는 $\mu$가 자연수의 상한이라는 가정에 모순입니다.
이로부터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증명되었습니다.
$1/n$의 하한은 0이다
유리수의 조밀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Lemma가 필요합니다.
Lemma. 집합 $S = \left\lbrace \frac{1}{n} \big\rvert n \in \mathbb{N} \right\rbrace$에 대해, $\inf S = 0$이다.
증명. 집합 $S$의 모든 원소는 양수이므로, $0$는 $S$의 하계입니다.
실수의 완비성에 의해 $S$가 하계를 가지는 실수의 부분집합이므로, $S$는 하한을 가집니다.
이 하한을 $\mu = \inf S$라고 하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의해, 임의의 실수 $\epsilon > 0$에 대해 $1/\epsilon$보다 큰 자연수 $n$이 존재합니다.
한편 $\mu$는 어떤 자연수 $n$에 대해서도 $1/n$보다 작기 때문에,
\[ 0 \geq \mu < \frac{1}{n} < \epsilon \]
이 성립합니다. 그런데 $\epsilon$은 임의의 양의 실수이므로,
$\mu \neq 0$이라면 $\epsilon = \mu/2$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mu = 0$ 입니다.
유리수는 실수에서 조밀하다
위의 Lemma를 이용하여 유리수의 실수 위에서의 조밀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먼저 조밀성이란, 아래와 같은 성질입니다.
$S$가 $U$에서 조밀하다 ($S$ is dense in $U$) (심플한 버전). 임의의 $U$의 원소 $x, y$에 대해 $x < s < y$인 $s \in S$가 존재한다.
즉, 유리수는 실수에서 조밀하다가 뜻하는 바는, 실수 위의 두 점 사이에는 항상 유리수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 달아놓은 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위의 조밀성은 심플한 버전입니다. 실제 조밀성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S$가 $U$에서 조밀하다 ($S$ is dense in $U$). 임의의 $U$의 원소 $x$에 대해 $x$의 근방이 항상 $S$의 점을 포함한다.
두번째 버전의 조밀성에는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단어인 근방(Neighborhood)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근방에 대한 내용은 해석학(3) 에서 알아봅니다.
여기서 간단히 두번째 버전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수직선 위에 작대기를 하나 찍 그으면 그 작대기에는 항상 유리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직관적으로도 아시겠지만 두 가지 버전은 동치입니다.
하지만 첫번째 동치는 부등호가 정의된 집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정의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두번째 버전을 이용하면 부등호가 정의되자 않는, 복소평면 등의 공간에서도 조밀성을 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소평면에서, 아래 집합은 조밀합니다.
\[ Q = \lbrace x + yi | x, y \in \mathbb{Q} \rbrace \]
또 다른 예시로, 정의역을 $[a, b]$로 하는 모든 연속함수의 집합에서 모든 다항함수의 집합도 조밀합니다.
이 사실은 바이어슈트라스 근사 정리 (Weierstrass Approximation Theorem) 라고 합니다.
이말은 즉, 임의의 연속함수에는 그 연속함수의 '바로 곁'을 지나는 다항함수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는 극한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는 해석학(4)에서 알아볼 겁니다.
일단은 이 정도의 예시를 통해 조밀성의 직관만 가져가도 좋을 거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우리는 첫번째 버전을 이용하여 유리수의 조밀성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증명. 임의의 $x, y \in \mathbb{R}$일 때, $\exists q \in Q \; \; s.t. \; \; x < q < y$를 증명하겠습니다.
일반성을 잃지 않고, $x>0$이라고 하겠습니다($x<0$일 때는 아래 증명의 정확히 반대를 따르면 됩니다).
$y - x > 0$이기 때문에, 위의 Lemma로부터 $1/n < y - x$을 만족하는 자연수 $n$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등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nx + 1 < ny\]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의해 아래 식을 만족하는 자연수 $m$이 존재합니다.
\[ m-1 \leq nx < m \]
사실 여기서 아르키메데스 원리는 $nx < m$만 보장하고,
$m-1 \leq nx$까지 만족시키는 $m$이 있다는 것은 따로 증명해줘야 합니다.
하지만...조금 귀찮기 때문에 독자에게 연습문제로 남기는 만행을 저지르겠습니다.
(어차피 궁금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 듯 해서...혹시 궁금하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무튼 위를 만족시키는 자연수 $m$이 존재하며, 두 부등식을 연립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 m \leq nx + 1 < ny \]
따라서 $m$은 다음을 만족시킵니다.
\[ nx < m < ny\]
위 부등식을 $n$으로 나누면, 유리수 $m/n$가 실수 $x, y$ 사이에 있음이 보여졌습니다!
\[ x < \frac{m}{n} < 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