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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원리: Wug Test

아기가 언어를 구사할 때, 아기의 뇌 속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행동주의 입장과 본유주의 입장이 있다. 상호작용주의 등의 다른 입장도 있지만 일단은 앞의 두개만 보자.

 

행동주의 언어학자들은, 아기는 부모 등의 보호자가 말한 문장을 흉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동주의는 파블로프의 개나, 스키너 상자 등의 심리학적 실험에서 파생된 이론으로, 아기가 물을 보고 '물!'이라고 외치는 것은 개가 종을 듣고 침을 흘리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행동주의는 그 탄탄한 심리학적 증거 자료 덕분에 오랫동안 각광받았다. 주입식 영어교육이 그 잔재 중 하나이다.

 

하지만 행동주의를 흔든 Wug Test라는 실험이 1958년에 진행되었다. 먼저 연구원은 아기들에게 아래 사진 속의 특이한 동물의 이름은 wug라고 알려주었다. wug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단어이다. 그 다음, 아기들에게 두 개의 wug를 보여준 다음, [ Now there are two ____ ] 의 빈칸을 채우라고 시켰다.

 

 

아기들은 wug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당연히 wug의 복수형인 wugs도 들어본 적이 없다. 때문에 만약 행동주의가 맞다면, 아기들은 wugs라고 답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아기들은 wugs라고 올바르게 빈칸을 채워넣었다. 즉, 아기들은 단순히 어른들의 문장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의 패턴을 파악하고 -s 복수접미사를 비롯한 문법적 구조까지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Wug test는 언어학계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저명한 언어학자 촘스키는 이와 관련해 본유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모든 아기들에게는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언어습득장치가 있으며, LAD는 모든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보편문법을 근거로 주어진 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현대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 크라셴의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아보자.